신인개발 가이드북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과 신인개발의 변화

신인개발 마스터 2024. 10. 1. 04:16

신인개발 가이드북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연습생들: 경쟁과 생존 이야기

 

K-POP 연습생들이 데뷔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험난하고 길다. 보통 연습생들은 최소 3년에서 많게는 6~7년까지 트레이닝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뛰어난 외모와 실력을 갖춘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데뷔를 목표로 싸워야 한다. 말 그대로 진정한 생존 게임이다. 이러한 리얼 서바이벌 게임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데에는 독특한 역사적 흐름이 있다. 신인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K-POP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흐름을 알고 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은 단순히 연습생들이 TV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연습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대중의 투표와 의견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하며 자신을 단단히 다지는 경험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연습생들은 성장하고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기획사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데뷔를 위한 마지막 테스트로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신인 홍보와 마케팅의 중요한 도구로도 삼고 있다. 더 나아가 데뷔조의 프리 데뷔라는 개념으로 팬덤을 구축하고, 데뷔전부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삼아 연습생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된다. 이 글에서 나는 신인개발 입장에서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프로그램의 발전이 신인개발에 어떻게 변화를 가져왔는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역사

K-POP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작은 2006년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리얼다큐 빅뱅'에서 비롯되었다. 총 10부작으로 자체 제작된 프로그램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기획이었다. 당시 공중파 방송에서 보기 힘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기에, 곰TV에서 먼저 방영되었고 팬들의 요청으로  MTV(지상파)에서 방영된 바 있다. '리얼다큐 빅뱅'은 YG 연습생들이 '빅뱅'으로 데뷔하는 과정에서 탈락과 생존을 다루는 휴먼스토리를 담고 있으며,이 리얼리티가 현재의 K-POP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여러 기획사에서는 연습생들의 데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하기 시작했다. 2008년 방영된 JYP 엔터의 '열혈남아'(2PM&2AM 데뷔)와  2009년 CUBE 엔터의 'MTV B2ST' (B2ST 데뷔)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은 연습생들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는 과정과 그 안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담아내며 '신인육성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였다. 그러다 점차 다큐멘터리에서 벗어나 '서바이벌'요소가 강화된 오디션을 프로그램 진화되어 데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생존과 탈락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데뷔를 앞둔 팀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다른 기획사들과는 달리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대신, 2013년 파격적인 기획으로 'SM루키즈(SMROOKIES)'라는 프리데뷔 시스템을 도입하여 연습생을 공개하고 자체적인 테스트를 거쳐  데뷔 멤버를 결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기획사 연습생의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년도별)

  • my DOL (2012년, 젤리피쉬) VIXX 데뷔
  • WIN: Who is Next? (2013년, YG) - WINNER 데뷔
  • MIX & MATCH (2014년, YG) - iKON 데뷔 
  • No mercy (2014, STARSHIP) - Monster X 데뷔
  • SIXTEEN(2015년, JYP) - TWICE 데뷔
  • 세븐틴 프로젝트-데뷔 대작전 (2015년, 플레디스)  - SEVEENTEEN 데뷔
  • MOMO LAND를 찾아서(2016년, MLD) - MOMO LAND 데뷔
  • PENTAGON Maker (2016년, CUBE) - PENTAGON 데뷔
  • d.o.d(Dance or Band) (2016년, FC) - SF9 데뷔
  • Straykids (2017년, JYP) - Straykids 데뷔
  • THE BOYZ (2017년, 크래커) - THEBOYZ 데뷔 
  • YG TREASURE BOX (2018년, YG) - TREASURE 데뷔
  • I-LAND(2020년, Belief Lab)- ENHYPEN
  • &AUDITION-The Howling (2022, HYBE Lable Japan) -  &TEAM 데뷔
  • NCT Universe: LASTART(2023, SM) - NCT WISH 데뷔
  • RU Next?(2023, Belief Lab) - ILLIT 데뷔
  • The Debut: Deam Academy (2023, HYBR Lable USA) - KAYSEYE 데뷔

변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흐름

한편, 각 기획사들이 자체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기획사 내부의 판단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대중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 하거나, 기획사의 방향성과 대중의 기대와 어긋나는 경우가 생겼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프로그램은 대중의 흥미를 잃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다 이 흐름을 바꾼 프로그램이 바로 2016 Mnet에서 방송된 '프로듀스101'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소속사 내 연습생들끼리 경쟁이 아닌, 여러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들이 모여 서로 경쟁하는 형식을 도입했다. 101명의 연습생들을 한 곳에 모아 경쟁시킨다는 기획부터가 시청자들에겐 큰 충격이었고, 각 회사의 연습생들을 볼 수 있는 덕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연습생들의 또 다른 기회

초기에는 많은 기획사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했다. (출연을 제안했던 대표님과는 다르게) 나 역시도 연습생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당시만 해도 기획사는 데뷔전까지 연습생들을 철저히 숨기는 분위기였고, 연습생들은 아직 훈련 단계 인지라 이들이 회사의 이름을 걸고 나서는 것은 큰 리스크임과 동시에 연습생들의 능력과 훈련 결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대성공을 거뒀고, 이후에 참가자들을 소속사 연습생들에 국한하지 않은 광범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겼다. 소년 24 (2016, Mnet), 아이돌학교 (2017, Mnet), 더유닛 (2017, KBS), 언더나인틴 (2018,MBC), 캡틴 (2020,Mnet), 라우드(2021, SBS), 방과후설렘 (2021,MBC), 극한데뷔 야생돌 (2021,MBC), 소년판타지 (2023,MBC), 유니버스티켓 (2023, SBS) 등 각 방송사들이 본격적으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아이돌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뭐든 흔해지면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일까? 많은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연습생들에게 무대를 설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생겼지만, 방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다른 훈련을 집중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생겼다. 그래서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에 신중해 졌고 참가율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무대의 완성도 또한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이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지면서 흥미 또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23년에 방송된 '보이즈 플래닛'이 다시 한번 흐름을 반전 시키며 큰 호응을 얻었다. 같은 해에 방송된 타 방송과  비교해도 보이즈 플래닛은 훨씬 큰 화제성을 모았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출연시킬 때 나는 처음 (프로듀스 101)과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인기가 주춤했던 시기였기에 나는 이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출연 시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연습생 1명만 출연시키기로 결정했지만,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결국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결과는 비밀^^). 제로베이스원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후, 보이 그룹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도 지금 많은 기획사 연습생들이 차기작인보이즈 플래닛2를 위해 연습생들을 준비 시키고 있고,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가 된다. 

 

방송사 주도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한 신인개발의 변화

IOI, Wanna One, ZEROBASEONE과 같은 성공적인 아이돌 그룹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하면서, 연습생들도 기획사도 많은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이 무조건 달콤하기만 한 것 은 아니다. 과거 기획사들의 주도하던 자체 연습생 육성 프로그램이 이제는 방송사들이 직접 주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캐스팅되고 K-POP아이돌이 제작되어 엔터테인먼트만의 고유 제작영역이 방송사로까지 확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신인개발 입장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 신인 발굴의 경쟁이 기획사간의 경쟁에서 방송사까지 확대되면서 기획사들은 더 치열한 환경속에서 신인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POP을 세계적인 문화로 성장시키는 데 방송의 힘이 아주 중요한 요소하는 점은 부인할수 없지만, 내가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의 성장을 경계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나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오랜기간 동안 연습생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온 시스템 덕분에 K-POP이 아시아 국가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된 성공요인이라 생각한다. 연습생을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최고의 실력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은 단순한 속도나 인기에 초첨을 맞추기 보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성장과 장기적인 성공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획사들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 하게 되고 현재의 K-POP문화를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자리잡게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연습생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빠른 데뷔나 단기적인 인기몰이에만 집중할 경우, 아티스트가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으며, 결국  K-POP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 질 수 있다. 

K-POP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음악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엔터테인먼트의 고유의 영역의 균형을 이루고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BTS 같은 또 다른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나올수 있지 않을까.

 


 

오디션을 위한 오디션,  PLANET B 그리고 다른 오디션들

 

다음 글에선 2025년 방영될 Mnet 보이즈 플래닛 2에 출연할 기회를 얻을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위한 오디션 'PLANET B'와 현재 방송중인 오디션과 방송 예정인 보이그룹 오디션들에 대해 이야기를 가져오겠다. 

 

K-POP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1 [Road to Kingdom:Ace of Ace, PlanetB, Project7]